AI 소설 생성기에서 작가 도구로: 모아노벨이 180도 바뀐 이유
모아노벨 프로젝트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작가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우리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빈 페이지 앞에서의 막막함이었죠. 아이디어는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챕터 구성도 고민되고, 글을 쓰다가 막히면 며칠씩 진도가 안 나가는 그런 상황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AI가 대신 써주면 되지 않을까?"
1. 초기 버전: AI 자동 생성 플랫폼

첫 번째 모아노벨은 이런 형태였습니다. 작가가 줄거리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챕터 구조를 제안하고, 각 챕터의 본문까지 자동 생성해줍니다. 작가는 AI가 쓴 글을 다듬기만 하면 끝이었죠.
우리는 이게 혁신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창작의 방향만 제시하고, 지루한 작업은 AI가 대신한다. 효율적이지 않은가?" 기술적으로도 자신 있었습니다. GPT API를 활용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챕터별 컨텍스트 유지, 캐릭터 일관성 관리까지. 우리가 가진 기술력을 총동원했습니다.
베타 테스트를 시작할 때, 우리는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2. 예상치 못한 피드백
베타 테스터로 실제 웹소설 작가 10명을 모집했습니다. 일주일 후, 피드백 세션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AI 생성 속도가 더 빨랐으면 좋겠어요" 같은 피드백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작가가 입을 열자마자, 우리의 확신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AI 기능... 다 빼주시면 안 될까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작가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피드백을 정리하니,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AI가 쓴 글이라는 게 너무 티가 나요." 문법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뭔가 어색하다는 거였습니다. 사람이 쓴 글 같지 않아서 독자들이 바로 알아챌 것 같다고요.
게다가 AI가 쓴 글을 검토하고, 수정하고, 다시 생성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차라리 빈 페이지에서 시작하는 게 더 편하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도움'이 오히려 추가적인 작업이 되어버린 거죠.
한 작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필요한 건 대신 써주는 AI가 아니라, 제가 더 잘 쓸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예요." 그 순간, 우리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3. 피봇: 다시 처음부터
피드백 세션 다음 날, 팀 회의를 열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 A. AI 기능 개선: 더 정교한 프롬프트, 더 나은 문체 학습
- B. 방향 전환: AI 자동 생성 포기, 작가 도구로 피봇
며칠 밤을 고민했습니다. 그동안 만든 AI 생성 로직,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컨텍스트 관리 시스템을 전부 버린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기능을 아무리 개선해도 의미가 없다." 우리는 B를 선택했습니다.
AI 자동 생성을 버리기로 결정한 후, 작가들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글을 쓸 때 정말 필요한 게 뭔가요?" 이번엔 귀를 열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한 '혁신'이 아니라, 작가들이 말하는 '불편함'에 집중했습니다.
작가들이 원한 것은 화려한 AI 기능이 아니었습니다. 깔끔한 집필 환경, 안전한 저장과 백업, 여러 챕터를 쉽게 오갈 수 있는 구조, 흩어진 복선들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능, 캐릭터 정보를 쉽게 참고할 수 있는 기능. 기본에 충실한 도구였습니다.
4. 새로운 모아노벨
우리는 모든 AI 자동 생성 기능을 제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습니다.
미니멀 에디터는 불필요한 UI 요소를 제거하고,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이미지나 PDF 같은 참고 자료를 한 화면에서 확인하며 집필할 수 있죠.

복선 저장 기능으로 스토리 전개 중 흩어진 복선들을 한곳에 정리하고, 챕터별로 어떤 복선을 깔았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 관리로 캐릭터의 이름, 성격, 외모, 관계도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글 쓰다가 바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물론 AI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죠. 이전에는 AI가 글을 쓰고 작가가 수정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작가가 글을 쓰고 AI가 필요할 때만 도와줍니다.
맞춤법 검사로 오타와 문법 오류를 체크합니다.

AI 캐릭터 작명으로 캐릭터 성별과 국적에 맞는 이름을 제안받을 수 있습니다.

AI는 '대신 써주는 존재'에서 '옆에서 돕는 조수'로 바뀌었습니다.
5. 우리가 배운 것
모아노벨 프로젝트는 강강박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첫째,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사용자가 먼저입니다. 우리는 "AI로 뭘 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물어야 했던 질문은 "사용자는 뭘 원할까?"였습니다.
둘째, 혁신은 사용자가 정의합니다. '혁신적'이라고 생각한 기능이 사용자에게는 불편함일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AI가 글을 써주는 '혁신'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원한 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도구'였습니다.
셋째, 매몰 비용에 집착하지 말고, 올바른 방향으로 피봇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몇 달간 만든 AI 생성 시스템을 버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기능에 집착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넷째, 개발자의 확신보다 사용자의 피드백이 더 정확합니다. 초기 버전을 만들 때, 우리는 '이게 맞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은 우리의 확신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모아노벨은 실패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방향을 바꾼 프로젝트입니다. 잘못된 방향을 빠르게 인지하고, 매몰 비용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히 버렸습니다.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강강박스가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서도 유지하는 태도입니다.
🔑 핵심 요약
- 초기 모아노벨: AI가 줄거리 기반으로 챕터와 본문 자동 생성
- 작가들의 피드백: "AI가 쓴 글이라는 게 너무 티가 나요" - 자연스럽지 않은 AI 글의 한계
- 과감한 피봇: 모든 AI 자동 생성 기능 제거, 작가 중심 에디터로 전환
- 새로운 핵심 기능: 미니멀 에디터(참고 자료 동시 표시), 복선 관리, 등장인물 관리, 챕터 네비게이션
- 교훈: 기술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 매몰 비용에 집착하지 않는 용기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혁신은 혁신이 아닙니다.



